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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의 원인, 유전? 환경?
등록일 : 2012-02-14 (화) 16:20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인에게 근시는 아마도 치명적인 결함이었을 것이다. 자연상태의 인간에게는 생존에 불리한 조건일 수 밖에 없는 근시가 요즘에는 왜 이렇게 많아진걸까? 동양인 특히 우리나라의 성인 인구 중 80% 이상이 근시안이고 서양에서도 최근 수십년 동안 근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근시의 발생과 진행의 원인, 그리고 영향 미치는 요소들에 대한 논의는 수없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가 접했던 최초의 지식은 의과대학에서의 수업 내용이었는데 당시 교수님은 "가까이 보는 일을 한다고 해서 근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눈에 관한 잘못된 상식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이 얘기는 근시의 발생과 진행이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이기 보다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가성근시라는 것이 있다. 주로 어린아이들에게서 드물게 본다. 근거리를 볼 때 모양체근육(조절근)이 수축해서 수정체가 본래의 탄성에 의해 볼록한 모양으로 변형되면 초점이 근거리로 이동한다. 이를 조절(accommodation)이라고 한다. 원거리로 초점을 이동함에따라 정상적으로는 모양체근육이 풀리면서 수정체의 굴절력도 줄어 들어야 하는데 가성근시에서는 모양체근이 연축을 일으켜서 이 같은 변화가 일어나지 못하고 근시 도수가 지속되게 된다. 한편, 노안 연령에서는 원시화(hyperopization)도 흔히 동반되는데 원시화의 이유로 의심되는 것은 수정체의 탄력감소와 더불어 모양체근의 긴장도 감소이다. 가성근시와 원시화에 대한 얘기를 꺼낸 것은 모양체의 긴장도(생리적인 긴장 말고도 해부학적으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모양체근은 근육이다)가 지속적으로 어떤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모양체의 긴장은 눈의 활동, 즉, 환경에 의해 주로 결정되는데 긴장의 정도가 더하든 덜하든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근시의 발생과 진행에 환경적인 영향이 배제될 수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근시의 대부분은 굴절력에 비해 안구가 상대적으로 길어서 생기는 축성근시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모양체의 수축이 안구길이(축장)에 영향미칠 가능성은 없을까? 모양체근(조절근)은 둥그런 모양의 근육이다. 근육의 수축은 안구축을 향해 오므라드는 방식이다. 근육의 작용은 안구를 더 갸름하게 즉, 더 길쭉하게, 아주 조금이나마 변형시킬 수 있다. 게다가 모양체근의 수축으로 수정체 뒤쪽의 공간, 즉, 후방의 압력이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또한 안구길이를, 아주 조금이나마 길게 변형시키는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막이 상대적으로 더 유연할 것으로 짐작되는 성장기 동안에는 모양체근의 이러한 작용이 안구축을 길어지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즉,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는 것이 근시 진행을 가속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근시라는 것이 워낙 장기간에 걸친 더딘 변화이고 또 동물 모델을 마련하기 어려운 테마이다보니 근시에 대한 연구는 역학조사가 주를 이룬다. Orlando에서 개최된 2011년 AAO에서의 발표 내용 도 역학조사 결과이다. 소아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근시의 유병율과 야외활동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8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 캠브리지 대학의 Dr. Sherwin은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어린이일수록 근시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적다고 했다. 야외활동이 일주일에 1시간 늘수록 근시 유병률은 2%감소하더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결과를 발표의 제목처럼 "More Time Outdoors May Reduce Kids' Risk for Nearsightedness"라고 해석해도 되는 것일까? 다른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는 없을까? 예컨대 근시가 아닌, 즉, 시력이 좋은 아이일수록 스포츠를 비롯해서 야외활동을 더 즐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즉, 야외활동이 근시의 가능성을 줄인 것이 아니라 근시가 아니기 때문에(시력이 좋기 때문에) 야외활동을 더 선호했을 가능성도 있다. 또 근시안을 가진 아이의 성장환경이(유전적 소인을 생각한다면 그럴 개연성이 큰데 만약, 부모도 근시안을 가졌다면) 부모가 주로 실내 활동을 한다는 이유 때문에 아이의 야외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내 생활을 많이 하는 아이는, 단지(근시를 가진) 부모로부터의 유전에 의해 근시를 가진 것이고 실내 활동이 많은 것은 그저 부모의 생활 환경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과적 설명을 찾는 것은 과학 연구의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인과관계(causality)를 입증하려면 단순한 병발(concurrence) 혹은 동시발생(coincidence)만으로는 부족하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해석하는 오류도 흔히 본다. 진정한 인과관계를 밝히려면 발생의 기전(mechanism)을 이해하고 원인으로 생각되는 요소가 그 기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예컨대 앞의 발표 내용에서도, 원거리에 초점을 두는 야외활동이 근시 예방에 도움된다면 반대로 근거리에 초점을 두는 활동은 근시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데 이에 대한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했다. 야외에서의 활동이 도움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원거리 초점활동 때문인지 혹은, 이를 테면 자외선 노출이 수정체에 변화를 초래해서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별개의(예컨대, 이민사회의) 사회적 환경에서 성장한 민족집단ethnic group에서의 근시 유병률이 소속사회의 것보다는 출신 민족의 것에 훨씬 가깝다는 것이나 취학전 아동의 근시 발생에 가족력이 가장 강력한 결정인자이고 근거리 작업이나 야외 활동의 종류는 근시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보고(Low et al, BJO, 2010) 등은 환경 영향을 부인하고 근시의 유전적 경향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들이지만 이를 반박하는 보고 예컨대, 학령기 아동의 생활 환경이 근시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이 있다는 주장(Kathryn et al, Arch Ophthalmol, 2008)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 떠나서, 환경적 영향이 아니고서야 불과 수십년 사이에 근시의 유병률이 이처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요컨대 근시의 발생과 진행에 유전적인 요인이 가장 강한 결정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환경적인 요인, 특히 과도한 근거리 작업이 근시의 발생과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강남삼성안과 강신욱 원장 마이뉴스코리아/손다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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