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바로잡아야 국가정체성 유지

지금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금융위기로 국가경제가 마비되기 직전의 상황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가 있는 문제이다. 지구촌은 이제 공동의 숙제를 안고 같이 풀어야 하는 운명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일어나는 정치, 경제, 환경 등의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잘 한다고 해서 넘어갈 수가 없는 일이 되었다. 앞으로 중국의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의식문제가 대두되면 그 때는 무슨 일이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다.

국가를 지킨다는 것은 자립정신과 경제력뿐이다.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다. 경제력의 향상은 기술과 자본이다. 특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독창적인 기술이다. 세계 각국은 이런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하여 국가 정책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 많은 예산을 소비하면서까지 우주개발에 동참하는 것도 불안한 미래를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전 정부에서부터 이어져 오는 황우석박사의 줄기세포 파문은 국가정체성과 맞물려 있다고 해고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국가가 있다면 자국의 자금으로 자국의 기술로 개발한 체세포배아줄기세포의 기술을 이렇게 까지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재시대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으로 금메달을 받았지만 일본국기가 게양되는 아픈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2004년 최초의 줄기세포 논문이 만들어지고도 5년이 흘렀으며 그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적 공간에서 과연 국가가 있고 국민이 있는가를 의심케 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가? 정부나 국가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였는가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태를 바라보면 그 답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조선시대 장영실이 혼천을 개발하기 위하여 국가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 방해를 받았던가? 이순신 장군 또한 죽음의 고초를 얼마나 당하였던가? 우장춘박사가 없었다면 근대 토종 농업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엄연히 국가가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사한 무리들에 의해 연구를 하는 박사들은 남모르게 당한 이유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호주특허 이외에 앞으로 더 많은 국가에서 줄기세포 특허를 심사하게 될 것이다. 어느 한 개인의 연구가 아니고 국민의 세금으로 국가기관인 서울대에서 연구를 하였다. 이런 발명이 국가기관인 검찰이나 법원에서 판단할 그런 문제는 아니다. 기술은 과학으로만이 검증될 뿐이다. 예측불허의 시대에서 미래 산업의 원동력이 될지도 모르는 생명공학분야는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불모지나 다름이 없다고 하겠다.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부에서 보호받는 연구도 아니었다. 홀대 받기를 창고에서 연구를 시작하고 기자재가 없어서 동냥으로 지원을 받으면서까지 세계 최초로 만든 줄기세포가 자전거를 타고가다 넘어져 쓰레기통에 버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었다면 국민들은 88.4%의 연구재개를 절대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호주특허청의 등록 소식이 전해졌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불분명한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비오는 날 옆집 굴뚝에 연기 나는 것을 쳐다보는 개의 심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국가가 나서서 연구의 진위성과 미래 생명공학 도약을 위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경제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국가의 재정이 많으면 미국 발 금융 불안도 잠재울 수 있지만 국가가 가난하면 경제속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이번 세계 금융문제에서 배웠다. 혈세를 줄이는 정부가 최고의 정부 역할 론이듯이 국가 경제에 무한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생명공학의 일 분야를 지키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번 줄기세포의 특허문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서구 선진국이 서두르고 있는 생명공학의 연구를 선점할 수 있는 획기적인 조치를 결정해야할 것이다. 문제를 푸는 열쇠는 힘없는 연구자가 아니라 힘 있는 정부가 아닌가?

마이뉴스코리아/채장식 대구경북취재본부장 chaejsik@naver.com

최종편집일: 2008-10-12 오후 12:3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