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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어연 32년
등록일 : 2015-07-01 (수) 14:42
 1983년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관련 영상물은 전쟁의 상흔을 보듬은 인간애의 역사적 장면을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올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가 유력시되고 있다.(사진=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32주년 맞아 특별방송…세계기록유산 등재도 기대
[광복 70주년 위대한 여정, 새로운 도약 특집 10보]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전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던 특별한 방송이 시작됐다. 바로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그것. 지난 1983년 6월부터 11월까지 장장 138일 동안 진행된 생방송 프로그램으로 이를 통해 1만여 명의 이산가족들이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 당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로 시작되는 노랫말은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월남 실향민인 필자의 부친(86, 이기창)도 당시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보고 여의도 현장을 찾았다. 이산가족들이 실제 만나 서로 혈육임을 확인하는 장면을 직접 보면서 아버지도 가족상봉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다.
당시 여의도 현장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방송이 시작 된지 3일 만에 찾아간 여의도는 벌써 여기저기 사연판들로 넘치는 만남의 광장으로 변해 있었다. 집에서 큰 사연판을 만들어와 벽에 붙이거나 목에 광고판을 걸고 배회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아버지는 나눠주는 종이판에 부모님과 동생들 이름과 나이, 헤어진 사유 등을 차례차례 적어나갔다. 아버지는 6·25전쟁 당시 경기도 개풍군 임한면에 모든 가족을 두고 작은 아버지와 함께 월남했다. 임한면은 파주 오두산전망대에서 1km 남짓한 거리로 눈에 보이는 고향땅이다. 아버지는 잘 보이는 벽 구석에 사연판을 붙이고 해가 저물자 집에 왔다. 그리고 매일 현장을 찾다시피 했다. 어느 날 여의도 현장을 가보니 사연판이 안보였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사연판 위에 또 다른 사연판을 붙인 것이다. 이렇듯 사연판을 더 이상 붙일 곳이 없을 정도로 벽보는 빼곡했다. 날이 거듭되면서 생방송을 통해 찾는 이산가족들은 점점 늘어갔다. 하지만 아버지는 점점 맥이 풀렸다. 매일 여의도에 함께 갔던 어머니는 실망하는 아버지에게 몇 번이나 그만가자고 만류하기도 했다. 결국 아버지는 고대하던 형제는 물론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은 아버지뿐만이 아니었다. 고향에서 내려온 다른 개풍군 이산가족 어느 누구도 헤어진 가족을 만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생방송이 끝난 후에도 상봉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고향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은 더 커갔다. 정부 주도의 금강산과 개성관광에도 따라갔다. 혹시 이북 고향땅을 밟으면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천만 이산가족위원회가 이북에 보내는 가족편지와 한국적십자사가 만드는 영상편지에 상봉의 염원을 전하기도 했다.  1983년 특별생방송 공동 진행자인 유철종(84) 씨가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그는 예정된 방송일정을 더 늘릴만큼 국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사진=KBS) 지금도 아버지는 32년 전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생방송은 영화 ‘국제시장’에서 소재로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생방송 당시 아버지는 50대, 지금은 90을 바라보는 연세가 됐다. 이북에 있는 부모님들은 돌아가셨을 것이고 손아래 형제들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살아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6·25전쟁 후 세월이 흘러 이산가족들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이제는 가족의 안부와 생사확인만이라도 알고 싶은 게 아버지의 남은 소망이다. 생사확인을 통해 제사만이라도 제대로 드리고 싶다는 뜻이다. 1983년 특별생방송 공동 진행자인 유철종(84) 씨가 당시 상황을 회고하고 있다. 그는 예정된 방송일정을 더 늘릴만큼 국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사진=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 32주년,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KBS는 지난 25일 오전 특별생방송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방영했다. ‘만남의 강은 흐른다.’는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의 감동과 지금도 만남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의 고통을 재조명한 6·25특집 방송프로그램이다.
방송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당시 허허벌판의 KBS 여의도는 이산가족으로 인산인해였다. 나처럼 이산가족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우리들은 6·25전쟁으로 부모와 형제들을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만남의 강은 흐른다.’는 1983년 그해 여름 이산가족의 사연판 등 상봉현장의 모습을 KBS본관 앞에 재현하고 방송 진행자였던 이지연 씨와 ‘잃어버린 30년’을 부른 가수 설운도 씨가 출연해 당시 환희와 통곡의 순간을 회고했다. 이날 방송에는 피난길에 헤어진 자매와 형제, 죽은 줄 알고 제사까지 지냈다는 모녀, 아버지 품에서 노래한 헤어진 부녀의 사연 등 당시 생방송 전파를 탔던 이산가족들의 표정이 재현되고, 또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를 통해 만난 황금순(80) 씨와 황대근(76) 씨 남매의 근황과 이산가족들의 훈훈한 이야기들이 소개돼 다시 한 번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1983년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서 어머니와 헤어진 자식들이 상봉하는 장면.(사진=KBS) KBS는 이번 6·25특집 이산가족 찾기 방송 32주년 특별생방송에 이어 광복 70년 특별기획으로 오는 8월부터 매주 일요일 ‘만남의 강은 흐른다.’를 방송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영상 비디오 등 관련 기록물은 국민 일체감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전쟁의 상처와 치유과정을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란 평가를 받아 올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것이 유력하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특별생방송을 계기로 1985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단이 구성돼 이후 지금까지 19번의 대면과 화상 상봉이 성사됐다. 하지만 아직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거나, 만나지 못한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분도 많다. 6·25전쟁이 발발한지도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어 65년. 이제 이산가족의 만남은 고령화라는 과제와 맞물려 구체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이산가족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산가족들이 90대를 바라보는 고령이고 이들이 10년을 전후로 대부분 작고할 것으로 예상돼 당장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통일 이후 이산가족 만남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뉴스코리아/유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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