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1 써 있었으면 미국이 한거네?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를 두고 북한의 소행이라는 명백한 증거로 제시된 '1번'이라는 글씨를 두고 정부와 군은 마치 공상소설을 쓰는 것 같다.

이른바 '북한글씨체'까지 등장하면서 가상 소설은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분위기다. 더구나 이를 패러디한 각종 사진과 글들이 올라오면서 '1번'은 새로운 유행어가 되고 있다.

"파란색 1번.. 한나라당 1번 찍으라는 얘기네.. ㅋㅋㅋ 깜찍한 놈들.."
"노란색 2번 적지 그랬냐? 그럼 노무현대통령 생가 박살낼 수 있을 텐데 ㅉㅉㅉㅉ "
"No. 1 써 있었으면 미국이 한거네?"
"第1 써있으면 중국제?"
"훈련용엔 4호고 이건 왜 1번이지.. 1호가 아니고"
"찌아찌아족 한글사용함.ㅋ"
"1번 글자만 녹 안쓴겨"

"북한 어뢰는 레이다에도 걸리지 않고, 사람에겐 상처 하나 주지 않으며, 배 밑바닥을 죄다 긁어놓고, 스크류도 잡아 휘어버리며, 배를 두동강 내고 공중으로 솟아 몇 개로 갈라졌다가 사라져 버리는 최첨단 어뢰입니다. 하지만 고유번호는 매직으로 쓴다는거..."

소설 구성의 엉성함은 또 있다. 천안함 침몰 지점으로부터 최소 1km 이상 떨어져 있던 초병이 야간에 물기둥을 관측했는데, 단 한 명뿐이란다. 더구나 폭 20~30m, 높이 100m의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낙하했는데 얼굴에 겨우 물방울만 튀었다고 한다. 100m 높이의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음에도 물기둥이 떨어지면서 선체 외벽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는 말도 없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 군대를 가 본 대한민국 남자들이 수없이 들은 말이다. 그만큼 군인은 경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군대는 어떠한가? 물론 경계태세를 잘 하고 있는 군인들도 많다. 하지만 어느 한 군데가 뚫리면 몽땅 무너지는 곳이 군대이다.

어선들의 활약상을 보고는 대한민국 해군을 어부들로 교체하라는 농담까지 나돌고 있다. 레이다 대신에 그물을 치면 잠수함은 물론 어뢰조차 철통 같이 막을 수 있다고 할 정도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 군은 끝까지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어느 누구 한 명이라도 실수를 실수로 인정하는 사람이 없다. 대통령은 심지어 칭찬까지 했다.

밥을 먹는 자리에서 혹은 술자리에서 천안함 이야기만 나오면 신경질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는 한마디씩 한다. "차라리 한 판 붙어라!" 두 달 가까이 끌어온 천안함을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정부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추리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한다. 국가는 국민을 믿지 못한다. 국민도 국가를 믿지 못한다. 군은 왜 천안함이 침몰하게 내버려 두었는가?

오마이뉴스에도 보냈습니다. 

마이뉴스코리아/배만호기자 letter4you@paran.com

최종편집일: 2010-05-21 오후 2:4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