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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반격이다!" 한 목소리
등록일 : 2011-08-21 (일) 21:40

새벽 4시에 잠에서 깼다. 서울 광화문에서 '범국민 황우석 지지연대의 촛불집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부산으로 다시금 발길을 향한다. 도착하니 아침 7시30분. 새벽바람이 추웠다. 그러나 몇 번을 갈아타는 번거로움도 오히려 즐겁게 느껴졌다.

전에 부산집회 현장에서 만난 적 있는 '우석파파' 라는 닉을 쓰는 분이 반갑게 아는 체를 해준다. 고마웠다. 가슴이 훈훈하고 따뜻해진다. 한분 두 분 너무도 반가운 분들을 이렇게 또 만나고 있다.
부산 쪽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과 집행부 관계자들이 모여들자 버스 안은 이내 훈훈한 열기로 가득해진다. 버스는 다시금 창원으로 마산으로 해서 진주까지 돌아 서울로 향한다.

아니,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산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인데…….하지만 오늘 왜 자꾸 비장한 생각이 드는 걸까. 기자는 기자로서의 본연의 임무인 진실을 말해야 한다. 오늘도 그렇게 낱낱이 쓰겠노라. 버스안의 모든 분들이 모두 거룩해 보인다.

마로니에 공원은 약 200여명의 참가자들이 벌써부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스님이 보였다. 정암이라고 이름을 밝힌 이 스님에게 다가가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이 일은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며 운을 떼었다.

그는"지금 비록 진실에 가려져 있지만 그 진실은 반드시 나타나게 마련입니다. 비록 속가에서 나온 출가승이지만 진실을 찾기 위해 나왔습니다."고 말했다. 또 "세상의 모든 언론들이 황우석 박사를 거짓말이다, 사기꾼이라고 해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사람들이 그래서 거리로 나온 것이라는 대답이다. 그래서 인천에서 달려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정운찬 서울대 총장 앞으로 보내는 대국민 서명운동도 함께 진행되었다. 청원서에 앞 다투어 서명을 한다. 그들은, 세계를 선도하면서 생명과학 중심국가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긍지이자 난치병 환우들에게 희망이었던 '줄기세포' 연구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면서 서명을 하고 있을 것이다. 또 지금 이러한 사태를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으리라.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병 환우'를 위해서나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나 멈출 수 없는 연구과 제임을 강조하면서 황우석교수의 사직이나 파면에 대한 염려와 '원천기술의 유출'을 걱정하며 특히 원천기술 재연 후에 파면이나 사직을 미루어 줄 것을 청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정진완(한국 척수장애인협회 조직국장)씨는 불편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집회현장의 앞에 섰다. 그는 황우석 박사의 진실을 믿고 있는 전 국민을 우롱하는 이번 서울대 조사위의 결과 발표를 성토하면서 "다시금 황우석 박사에게 재연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주장하였다.

분명 이들에게 황우석 교수는 믿음이었다.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줄도 모른 채 눈물을 펑펑 흘리는 저 집회 참가자의 눈물을 보라. 그 눈물의 의미는 뭘까. 여기에도 무슨 계산이 있을까. 진실을 가리려는 자들은 이 눈물이 보이지 않을까.

이날 인터뷰를 해준 대다수의 시민들은 어제 서울대 조사위 발표 내용에 대해 절대 신뢰하지 못하며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처녀생식'에 대한 발표에는 고소를 금치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나라에 롯데캐슬은 들어봤어도 "뉴캐슬 대학은 처음 들어본다. 한국 어디에 있는 대학이냐"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는 지적들이다.

또 서울대 조사위원장의 웃음의 의미를 궁금해 했다. 동료 교수의 추락이 그렇게 싱글벙글 할 일인가? 라는 반응이었다. 또 사과문 발표를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다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서울대 조사위원들의 자격 조건을 지적했다. 줄기세포에 대한 검증에 무슨 법대교수가 끼었느냐는 얘기다. 조사위원 중 그 분야를 검증할만한 전문가는 도대체 누구였냐는 것이다. 또 자문위원을 발표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또 서울대 조사위와 세포응용연구사업단과의 관계 등과 '처녀생식'이라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주장을 한 조사위원이 과연 누군지 밝히라고 성토했다. 애초에 "황우석 교수만 죽이면 된다."는 MBC 'PD수첩'과 조사위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한 편의 코미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늘 집회를 준비한 '황우석 원천기술 지지를 위한 범국민연합'이 발표한 <국민들께 드리는 대국민 성명서>의 내용을 보기로 한다. 먼저 "황우석교수의 논문진위 파문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시작된다.

이어 "어제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내용은 한마디로 완전 사기조작극에 불과함을 지적하고 싶다. 지금 서울대 조사위의 구성원으로서는 황우석 연구팀 의 최고기술을 검증할 수 있는 자격이 아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하였다.

나머지 배반포 단계까지의 기술 등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본보 하트만 특파원, 이복재기자, 임성수 기자의 글을 참고하시면 되리라 보고, 마지막으로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진실규명에 온 힘을 기울여 줄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끝맺었다.

난자 기증자 모임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방샘' 이라는 분은 왜 이렇게 힘든 줄 모르고 즐거운지 모르겠다며 연신 싱긍벙글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황우석교수의 진실을 외치는 이분들의 직업과 학력, 연령대가 너무나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이날 잠깐 얘기를 나눈 사람 중에 이름을 발표하지 말아달라면서, 자신은 대학 강단에 있다는 분의 얘기다. "논문에 어떤 하자가 있거나 잘못이 있다면 그 논문에 대한 보충이나 반박 논문을 발표하면서 고쳐나가면 되는 것인데 굳이 그렇게 매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도 힘든 문제를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MBC 'PD수첩'이 무슨 검증을 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도대체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바로 이번 사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9시를 조금 넘어 늦게까지 계속된 촛불집회엔 외국인들도 많이 참여했다. 이들은 오히려 이런 한국인들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역으로 취재하기도 했다.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방송을 할지. 본선에 가면 만날 꼴찌에 머무르다가도 한번 한다하면 기어이 월드컵 4강 신화까지 만들어내는 저력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황빠, 황까로 나뉘어 자신들끼리 물고 뜯는 이 싸움을.

이날 집회장소인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는 약 2,000여명(경찰추산)이상의 참석자들이 모였다. 같이 취재를 하였는데도 어떤 언론사는 약 500명의 참석자라고 축소보도를 하여 진실을 외면하기도 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진실조차 외면하는 보도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자, 저들이 어떻게 500명이란 말인가. 심지어 150명이라고 보도한 언론도 있다고 하니,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똑같은 카메라에 같이 취재를 하였는데도 어떻게 참가자 수조차 틀릴 수 있단 말인가. 하기야 한 줄도 안내준 언론들에 비하면 그나마 위안이 된다.

이날 취재팀이 경찰 측에 분명히 확인했다. 서있으면 2,000여명으로 보고, 빽빽하게 앉아 있으면 3,000명으로 추산한단다. 주최 측에서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지방에서 온 버스동원대수와 책임자들의 참가인원들을 종합해보면 많이 불러 약 3,500여명이 될 것이라고 귀띔해준다. 그만큼 집회광장은 꽉 매운 인파의 열기로 가득했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이날 집회장 주변을 대충 헤아려보니 경찰버스16대 7개 중대 전경 800여명이 주위를 삥 둘러싸 이들의 행사모습을 주변에서 볼 수 없도록 만든 것이었다. 경찰관계자는 이들이 '청와대로 쳐들어간다.'는 첩보를 입수하여 불가피한 조치이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행사참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었다는 참석자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주최 측에서는 긴장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보면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날 분노를 쏟은 것이 아니라 진실을 소리쳤다. 이들은 성내지 않았다. 오히려 촛불 하나에 의지한 채 흥겨운 노래를 불렀다. "황박사님 힘내세요."란 응원가를 부른 박필승 가수와 함께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불렀다. 문화행사는 이렇게 일없이 끝이 났다.

이순신 동상 앞까지 행진한다는 계획은 포기했지만 촛불행사는 조용하면서도 흥겨웠다. 내일 황우석 박사의 기자회견에 혹시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여론들이 압도적이었다. 행사를 마친 후 하나 둘 자리를 뜨면서 자기들의 흔적들을 지운다. 여기저기서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를 주워 한곳에 모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하나씩 둘씩 허리를 굽혀 껌이며 바닥에 있는 종잇조각 하나까지 모두 치웠다. 이들이 어떻게 진실하지 않을까.

마이뉴스코리아/하재석

최종편집일: 2006-03-09 오후 9:3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