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뉴스코리아 는 세상을 보는 창 인터넷 정론지

뉴스홈 > >

ㆍ추천: 0 ㆍ조회: 283

이화여대 농성으로 본 달라진 집회 문화
등록일 : 2016-08-03 (수) 09:44

언론 대응은 질의를 받은 후 내부 토의 거쳐 메일로 발송
외부인 개입 없고, 전국 대학 총학생회 경찰병력투입 규탄 회견도 제지
본관 출입은 학생증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신원 확인 후 출입 가능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 신원 확인 후 이를 증명하는 초록색 종이 팔찌 손목에 채워

[이대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반대 시위 4보]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본관에서 지난 28일부터 8월 3일 현재까지 자발적으로 모여 평화 시위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화여대 학생들의 농성이 새로운 집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어느 집회와 달리 SNS나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번 평화시위는 어느 단체가 개입하거나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이 없는 모두가 모여 토의하고, 협의를 거쳐 단체행동을 하는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오후 본관에 경찰이 투입됐을 때 이화여대 학생들은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노래했고, 한 학생은 경찰도 공무를 집행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질서를 지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GOD의 하늘색 풍선을 짧게 부르는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면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언론보다 빠르게 30일 경찰과 대치 상황이 학생들에 의해 SNS에서 중계되기도 했다.

또한 주동자나 연대가 없고, 누가 평화시위를 주도하거나 보도자료를 만들어 기자들에게 배포, 브리핑하는 이들이 없다. 본관에 모인 전체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의견을 수합하고, 토론과 협의를 거쳐 일정을 조율하고, 자발적으로 언론에 보낼 기사 내용과 성명서 발표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 특정한 이들이 이화여대 농성장에는 없다는 이야기다.

학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를 요청해서 이화여대 상황과 농성 현장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들도 이들에게는 예외가 되고 있다.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메일로 보내는 것이 전부고, 기자들의 인터뷰를 농성 6일째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자원봉사로 나선 학생들이 공동으로 기자들의 의견을 수합,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서로 공유한 후 토의를 거쳐 전체 메일로 발송하는 기자들은 답변을 기다리는 느리고 민주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특정한 내용이 나가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는 것을 막고 공동으로 보도되는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 일동으로 만들어진 공식 메일로 기자들의 취재공간을 제공할 의시가 있냐는 본지 기자의 지난 1일 의견에 메일로 온 답변에는 학생들이 어디까지 책임지고 기자들의 공간 사용을 보장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답변이 어렵다고 했는데, 2일 오후 메일을 통해 김활란 동산 뒤쪽에 이화여대 학생 측 기자 프레스센터를 마련했다고 알려왔다. 기자들과 소통을 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뜻이다.

이화여대생들만의 농성으로 이어가고 있는 이번 농성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 다른 단체와 연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일례로 기자들도 현장에 오면 명함이나 기자증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

또한 본관을 출입하는 학생들 모두 일일이 학생증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신원 확인 후 출입 가능하고,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신원이 확인된 후에는 이를 증명하는 초록색 종이 팔찌가 손목에 채워주고 있다. 기자들과 외부인들의 무분별한 사진촬영과 신원 노출, 초상권 보호 등을 위해 내부는 물론이고, 외부에 나올 때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는 파업이나 시위, 농성장에서 꼭 필요했던 연대를 중요시하는 다른 집회나 시위와 다른 점을 볼 수 있다.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들이 함께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잡으면서 대학 총학생회 참여를 불허했고, 이화여대 교내 대학 방송사의 본관 상주 취재를 불허한 것도 여기에 있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 1일 서울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전국 대학 총학생회가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경찰병력 투입 규탄 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취소되기도 했다. 이화여대의 이러한 외부인 출입 통제와 어떠한 단체와도 연대를 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전국 대학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입장을 존중해 규탄 회견을 취소한 것이다.

이번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으로 이뤄진 평화시위 현장에는 시위 때마다 나오는 민중가요가 아닌 소녀시대 등 대중가수의 노래를 부르면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새로운 문화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한편, 이대는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오는 2017년부터 신입생 150여명을 뽑기로 했다며, 미래라이프 대학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이다. 이 사업에 둥국대, 창원대, 한밭대가 사업 참여 대학으로 선정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 성명서 전문]

불통과 졸속 행정으로 미래라이프 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학내에 경찰병력을 투입한 이화여자대학교 최경희 총장을 규탄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은 미래라이프 대학 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한 학교 본부와, 학생들이 요청한 평화적 소통을 거부하며 학내 경찰 1600명 투입이라는 초유의 과잉진압으로 대처한 최경희 총장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미래라이프 대학 사업은 본교의 학문적 커리큘럼과 다른 선상의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논의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졸속으로 처리되었다.

또한 진행 과정에서 재학생 및 졸업생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대화를 요청하는 학생들의 건의에 학교와 최경희 총장은 거짓말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대응하였다.

미래라이프 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 독단적인 행정 처리에 있다. 학교 본부는 사업계획서 제출일로부터 불과 하루 전에 이사회를 개최하여 명목상에 불과한 승인을 받았으며, 그나마 사립학교법상 공시의무가 있는 해당 이사회 의사록의 일부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다.

또한 촉박한 일정을 핑계로 교내 의견 수렴을 위한 교수 및 학생간담회조차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다.

미래라이프 사업 방향이 건강·영양·패션 및 뷰티산업에 국한된 점도 문제다. 이화여자대학교는 대한민국 최초의 종합대학이자 전 세계 유일한 여자 종합대학으로서 여성에게 남성과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이러한 역사를 역행이라도 하듯 학교는 해당 전공이 여대의 특성을 반영한다고 판단하여 선정했다고 밝혔다.

여성에게 특화된 직업 혹은 전공이란 있을 수 없으며, 현재 미래라이프 사업에 선정된 전공은 성차별적인 고정관념을 더욱 고착화시킬 뿐이다.

최경희 총장은 졸속처리 이외에도 후배들과 동문들의 지속적인 소통 요구에도 끝없는 거짓말과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총장과 직접 소통할 창구가 없어 최후의 수단으로 택한 평화시위에도 총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경희 총장은 11시경 학생들과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경찰청과 연락을 취했고, 12시경 경찰 1600명이 학내에 난입해 200여명의 후배들과 동문들을 강제로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였다.

더 나아가 등록금을 납부하고 수학함으로써 학교를 유지하고 구성하는 주체인 후배들과, 이화의 이름을 걸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동문회에서 활동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모교에 기여하는 동문들을 가리켜 '학교 4년 다니면 졸업할 학생들이 왜 학교의 주인이냐?'고 발언한 모 교수의 태도는 현재 우리 동문들과 후배들에 대한 학교 측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졸업생 일동은 이 같은 행태에 크게 분노하는 바이다.

따라서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은 졸속 행정과 학위의 상업화로 얼룩진 미래라이프 단과대학 신설을 반대한다.

또한 평화로운 교내 시위에 공권력을 투입한 최경희 총장의 행태를 규탄하며, 최경희 총장이 조속히 본관의 학생들과 대화에 임해 미래라이프 사업을 잠정 중단이 아닌 전면 철폐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6년 8월 2일 오후 5시 이화여자대학교 졸업생 일동

마이뉴스코리아/유명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