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세 컷이 소리없이 침묵으로 일관한다

시골 살던 내 어린 시절 특히 국민학교(그때는 이렇게 불렀다) 때 막걸리에 얽힌 추억을 나는 많이 간직하고 있다. 막걸리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것이다.

우리 집은 어릴 때 방앗간을 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우리 방앗간이 있었다.

그땐 심부름이 왜 그렇게 싫었던지…….
아니나 다를까 또 심부름 을 시킨다.
바로 막걸리 심부름 "막걸리 한 대 사 오너라."

나는 투덜거리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간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주전자에 한가득 막걸리를 담아오면 주전자 꼭지로는 막걸리가 줄줄 흘러나왔다.
도대체 어른들은 이렇게 냄새나는 걸 왜 먹을까…….싶어 조금 마셔 보았다.
생각보다 맛이 있다. 그렇게 홀짝 홀짝 마신게 두어 사발 마신 것 같다.

얼굴은 달아오르고 주전자는 가벼워진다. 그 때 부터 걱정도 된다.
그리곤 주전자에 우물 물을 막걸리 대신 채워 보지만 싱거워진 막걸리 맛은
들통이 나고 야단맞을 까 봐 잔뜩 움츠려 눈치를 살피지만
어른들은 "저 놈 오다가 지가 다 마셨네."라며 너털웃음 짓고는 했다.

사실 우리 어릴 때는 먹을 게 그리 많지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조금 달랐다. 우리 집이 방앗간 집이라고 끼니 걱정은 없었다.

지나고 보니 어른들의 그 너털웃음이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양은 주전자를 들고 어른 심부름 다니던 어릴 적부터
젖은 손을 핥아가며 맛 보던 달짝지근한 술지게미의 시금털털하고 고소한 맛을
기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막걸리의 두터운 빛깔과 툽툽한 질감에는 소주나 맥주가 넘볼 수 없는 푸근함이 있다.

 내가 이십대 쯤 바로 사진 속 풍경과 같은 저런 선술집에서 막걸리 한잔 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이 주로 찾던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그때를 회상해보면 외상술에다 술값이 없어 손목시계를 잡히고 아님 욕도 들어먹고 …….

하지만 그땐 인심이 참 좋았다. 배고픈 사람이 가면 막걸리 한 잔 이라도 더 주었고 아주머니의 인정이 푸근하게 철철 넘쳤다. 안주도 크게 없었다. 부침개 아님 명태구이, 깍두기 뭐 이런 게 다였다.

그래도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지금도 생각하면 침이 넘어 간다.
좁은 공간과 뿌연 담배 자욱 시끄러운 소리 싸움을 하는 건지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사람 사는 맛이다.

왜 그 시절이 그리워질까?
마이뉴스코리아/강동현기자

최종편집일: 2009-12-20 오전 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