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지키려는 몸부림

연일 KBS의 추적 60분의 방영을 촉구하는 황우석 지지자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23일 충북 청주시 개신동의 지역 방송국 앞에서도 스스로 천덕 꾸러기 들임을 자처하는 지지자들의 침묵 촛불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각자의 생업을 마치고 오후 8시를 기해 이어진 침묵 시위는 매직으로 쓴 피켓과 촛불이 전부였지만 새로운 사람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이들은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기에 실명보다는 닉네임으로 통한다.

오히려 닉네임이 더 익숙한 탓이다.이들의 면면을 보면 직업도 다양하고 연령도 고루 분포되어 있다.아이디도 독특하다. 황박사에게 희망을 주고 모든 한국인들의 희망을 바란다는 희망가득,모든 오염된 물질을 빨아 들이는 힘을 상징한다는 블랙홀,물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세상을 바라는 물한방울에서 뒤의 부분을 뺀 물한,소영,동우,서랑,그리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soon님등 다양한 닉네임을 가진 분들이 칼바람 휘몰아 치는 방송국 앞에 줄지어 피켓을 들고 서있었다.

정문을 지키는 경비원들과 작은 실랑이가 있었지만 촛불을 화단위 잔디옆에 켜놓은 것을 화재를 염려한 경비원들이 거친 제스추어를 보이며 항의 한것으로 나중에 서로 오해를 풀고 담소를 나누는 것이었다.한시간쯤 후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순찰차가 도착해서 이것 저것 확인을 하고 둘러보며 상황을 살펴보고 지지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 옆에서 지켜보니 돌출행동을 우려한 신고를 받고 출동했던 모양이다.여지껏 평화 시위로 조용한 시위문화 정착을 선도하는 지지자들의 노력을 모르다니 의아하다.

이들은 일인시위와 침묵시위 평화시위에 대한 사전 법지식을 습득하고 말썽없이 조용히 자신들의 의지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자세가 문제이다. 지난번과는 다른 구호가 눈에 띈다. 제작본부장 이원군을 질타하는 구호도 있고 '공영방송의 자존심,추적 60분을 방영하라'는 구호도 눈에 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누가 들어주지 않아도 조금도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들의 의지를 실천하겠다는 이들의 뜻에 경비를 맡은 직원들도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연장자인 희망가득님에게 나이를 묻고 시민운동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하는것 아니겠냐는 소리에 '더 늙기전에 보람있는 일에 앞장서야 하지 않겠냐'며 미소로 답을 한다.

찬바람속에 돈을 받고도 못할 일을 이들은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찾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이 먼훗날 제대로 기억될수 있을지는 미지수 이지만 이들은 내일도 모레도 쉬지않고 계속 행동하는 시대의 양심으로 남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차량의 행렬에 촛불이 꺼져도 다시 불을 붙이는 이들을 보며 아직 대한민국의 꺼지지 않은 희망을 본다.아니 갈수록 불타 오르는 새로운 꿈을 본다.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들의 노력은 이어질 것이다. 봄은 봄이로되 유난히 봄 같지 않은 밤공기와 찬바람은 이들의 시린 마음을 보여 주는 것 같다. 언제나 이들이 찾으려는 진실을 볼 수 있을려는지....

관리실 위에는 '시청자가 KBS의 주인입니다.'란 글이 빛을 뿜고 있지만 진정한 주인은 시청자들이 아닌것 같다.국민의 호소마저 귀를 막는 언론이 과연 공영 방송으로 존재할 가치나 있는 것인지? 이러다가 일본처럼 수신료 거부 운동이 벌어지지 않을 것인지 KBS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것이다.

상업방송인 MBC와 같은 레벨로 눈높이를 낮추려는 KBS에 심한 우려를 표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MBC가 특정한 목적을 지닌 상태에서 줄기세포 파동을 일으키고 수습을 못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인 KBS로서는 마땅한 대안을 제시해야 옳지 않겠는가?
마이뉴스코리아/김종오기자  rlawhddh@yahoo.co.kr

최종편집일: 2006-03-24 오전 12: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