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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면 정의 남이 하면 조작?
등록일 : 2011-08-22 (월) 17:07

기자수첩]대한민국은 ‘서울대당’에 의해서 돌아간다?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이 2월 20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을 만나면서 “노무현(盧武鉉) 대통령을 지지했던 서울대 교수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모 일간지는 전했다. 이러한 기사가 보도되면서 일부 네티즌들은 “정총장은 노정권과의 관계가 소원하자 이제 공갈협박을 노골적으로 하는구나.”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한편 정운찬 총장은 최근 일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경기고 선배인 고건(高建) 전 총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국가 운영에 분명히 해가 되지만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반드시 국가 운영에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황우석 박사 줄기세포 파동과 연관해서 말해보면 어떨까? “진실을 밝히지 않는 것은 국가 운영에 분명히 해가 되지만 모든 것을 다 밝히는 것이 반드시 국가 운영에 득이 되는 것도 아니다.”

MBC PD수첩, 서울대조사위, 정운찬 서울대총장등 황우석 박사를 비난하는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진실규명이 국익보다 앞선다”는 것이다. 세상에 명제는 하나일 순 없다. 오직 하나의 명제를 고집한다면 그건 자가당착적 모순에 빠진 바로 자신일 것이다.

경기고 1년 선배이자 서울대 경제학과 동문인 열린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예전의 김근태가 아니다”고 말해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한다.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이어 정부가 대학 총장선거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키로 하고, 서울대 병원 관리감독권을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키로 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지난 국감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대에 대해 강한 반감을 나타낸 것에 대해 “국감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울대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와 같은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행동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최고 엘리트 집단의 총 우두머리로서 서울대총장 직책을 수행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진정한 교육자라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걸 지양해야 할 것이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왜 이렇게 사사건건 노정권과 정면 대립을 해야만 하는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부산상고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과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올라온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학연과 지연의 백그라운드가 확연히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은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한다는 ‘3불(不)정책’이 사회 양극화가 극복되는 시점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강력히 표명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권위에 대하여 정면으로 노골적인 반대 의사 표명을 한 것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하고 이미 기득권을 제도위에 구축한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벽을 쌓으려한다."고 빗대어 꼬집어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모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지역균형선발로 뽑은 학생을 위한 ‘멘토링’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지역 출신 선배를 연결해 진로 등의 조언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올 봄 강원도 등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생을 배출한 고등학교도 방문하겠다는 생각을 이신문은 전했다.

서울대총장의 자리는 대한민국 교육자의 아버지 자리와 같다 할 것이다. 21C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학생들에게 서열, 학벌, 출생 등으로 매겨지는 잘못된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오직 능력과 자질만으로 평가되는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만들어 달라고 지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같은 지역 출신 선배를 연결해 진로 등의 조언을 받도록 하겠다.”는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말은 교육자로서의 최소한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한다.

2년 전 서울대 총동문회가 주최한 '제17대 국회의원 당선 동문 축하모임'에서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인사말로 “143명의 동문이 17대 국회에 진출한 것에 대해 힘찬 박수를 보낸다. 우리는 여러분과 출발선부터 도착할 때까지 동고동락할 것이다. 여러분이 '조국의 구원투수'로 평가받을 때 감격의 포옹을 함께 하겠다.”

“우리는 여러분의 우국충정에 기대를 한다. 항상 국민을 떠올리며 국민에 대한 사랑을 보여달라. 지역과 학교, 세대차 등 편벽한 것과 결별하고 국민을 섬겨라. 자연인이 되고 재물에서 자유로워라. 또 시간에서 자유로워지고 그것을 사회적 약자를 돕는 데 써라."라며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밝혔다.

소신과 철학은 지키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럼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을까? 연일 서울대에서 자신의 일을 다 팽개치고 황우석 박사의 연구재계와 특허권사수 그리고 서울대조사위의 공식사과를 받아 내는 것이 우국충정의 길이라고 굳게 믿고 시위를 하는 그들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이 말한 섬겨야할 국민이 아닌가? 또 도와야할 사회적 약자가 아닌가? 현재 서울대는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을 전원 강제퇴거 시키기로 결정했다.

제 17대 국회의원 총 299명 중에서 143명(47.8%)이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다시 말하자면 대한민국 국회의 47.8%를 서울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국회 과반수에서 7명이 모자라는 수치로서 이날 박희태의원의“서울대당이 결당(結黨)됐다”는 이 말이 단지 우스갯소리로만 흘려보내기 보다는 ‘서울대 폐지론’이 왜 나오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을 좀 더 심층적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28일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과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도쿄대 총장은 모 신문사 주관으로 독도문제,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 후소샤 교과서 검정 통과 등 당면한 한·일 현안 문제에 관하여 대담을 했다.

이날 정운찬 서울대총장은 “세계 100등도 안 되는 대학이란 비판으로 서울대는 지난 1년간 주눅 들어 있었다.”고 말해 그동안 자존심이 많이 상했던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에 반해 영국 더 타임즈가 발표한 세계 대학 순위에서 16위을 차지한 ‘도쿄대’의 고미야마 총장은 “대학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중요하다. 랭킹은 중요치 않다.”며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랭킹 제일주의와는 사뭇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서울대의 집단 이기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 최고의 인재만을 모집하고 다른 대학은 죽거나 말거나 하는 그들의 광기와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의 “본고사·기여입학제·고교등급제를 금지한다는 ‘3불(不)정책’을 필사적으로 반대했던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명분은 이미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또한 서울대 정운찬총장은 독도문제, 고이즈미 총리, 신사참배, 후소샤 교과서 검정 통과등 당면한 한·일 현안 문제에 관하여 “양국이 잘 해보려고 하는데 안 되는 것은 현상을 중장기적 시각이 아닌 단기적 시각으로 보기 때문이다.

조용히 이해하려 하지 않고 시끄럽게 대처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지식인들이 나서서 조용한 가운데 중장기적 시각에서, 또 역지사지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유도하자.”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일 현안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한 명쾌한? 해법과는 달리 국내 현안 문제는 왜 정반대로 결정했어야만 하는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사태가 연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전 세계 최고 이슈로 등장할 때 줄기세포 사태의 핵심에서 서울대 총 책임자로서 그는 과연 무엇을 했나?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세대를 위해서 월화수목금금금 밤낮없이 자신을 희생하면서 잘 해보려고 했던 것을 잠시 윤리논란과 논문조작이라는 암초에 걸려 안 되는 현상을 정운찬 서울대총장의 말처럼 중장기적 시각이 아닌 단기적 시각으로 사태를 더욱 악화 시켜야만 했는가? 왜 조용히 이해하려 하지 않고 시끄럽게 대처했는가?

또한 정운찬 서울대총장 본인이 자주 쓰는 말처럼 중장기적 시각에서 지식인들이 나서서 역지사지(易地思之)하려는 모습을 왜 유독 황우석 박사에게만은 보이지 않았는가?

자신이 고미야마 히로시(小宮山宏) 도쿄대 총장과 당면한 한·일 현안 문제에 관하여 답변한 내용의 말을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익을 위해서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우리대한민국 기술이다” “국민여러분은 다시 확인하실 겁니다.”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입술을 깨물며 꾹 참고 절규하는 동료교수를 다시는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파면’이라는 독단과 독선의 오만함의 결정으로 서울대에서 그렇게 내팽개쳐야만 했는가?

자신이하면 정의이고, 남이하면 조작? 이란 말인가? 이러한 현실 모순적인 이분법적 사고를 가진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자부하는 ‘서울대당?’의 1%의 소수 특권층인 엘리트 집단을 위해서,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해 가정이 파탄 나고 그래도 배고파 힘없이 누워있는 자녀의 애처로운 눈망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뒤로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 오늘도 밤늦도록 도시의 허름한 공장의 백열등아래서 톱니바퀴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마이뉴스코리아/채성수기자 totorovip@hanmail.net

최종편집일: 2006-04-02 오후 5:3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