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필 革筆 나이가 조금 있는 분들이라면 어릴 적 시골 장터에서 주위에 수많은 구경꾼을 거느린 채 현란한 채색에 구수한 입담으로 가끔 한동안 정신없이 구경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점점 사라져 가는 바로 우리의 문화유산 중 일부이다.

중국, 일본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혁필이 근래에 들어 잊혀 져 가는 회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 매김 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심지어 일본에서 혁필을 본 외국인들은 그것을 일본회화라고 생각하고 있고 일본 사람들은 하나모지(花文字)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전화카드 그림 등에 사용하고 있으며, 일본 전통 문화인 것처럼 대대적인 광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치에 이어서 이것마저 원조 싸움을 해야 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사라져가는 혁필, 그 명맥을 유지하는 가운데 그 중 한분인 혁필서화가 김만석 선생을 2007 마산어시장축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김만석 선생은 기자의 이름으로 이름풀이를 하면서 혁필화의 진수를 보여 준다. 

김만석 선생은 지난 24년간 해온 일이지만 아직까지 이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며 또 겨우 겨우 명맥만 유지되고 이대가 끝나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져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뛰어난 혁필 화가에게는 인간문화재 칭호를 수여하고 고유문화 전승과 함께 후진 양성에 심혈을 기울일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갖추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학의 전공과목으로도 채택하여 문화유산으로 전승될 수 있도록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혁필가 본인들의 반성과 성숙된 미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있어야겠다. 혁필 자체가 체계적이고 정형화된 틀이 없다 보니 혁필가 스스로 들 간에 서로의 작품을 폄하하고 비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상생의 발전을 위해 혁필 단체 구성과 함께 서로의 예술성을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발전 방안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혁필은 정말 가난한 서민들과 함께 한 민중 저변의 미술이었으며 희로애락을 함께 한 미술이다. 그들의 길흉화복과 무병장수, 수복강령을 가장 서민적 시각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종이 한 장에 그려 주었을 뿐만 아니라 평안, 사랑, 금슬도 빌어 주었고,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臣禮義廉恥)와 같은 문자도 속에 일출, 돛단배, 대나무, 갈매기, 학, 원앙, 잉어, 거북, 책 등의 그림을 함께 그려 넣어 일반 대중이 나아 갈 삶의 지표와 훈육의 역할까지 함께 하였던 것이다.

 
마이뉴스코리아 / 편집국

최종편집일: 2007-11-05 오후 4: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