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현악기연구원 최태귀 악기장을 김해 가야문화축제 현장에서 만나

지금 김해에는 가야문화 축제가 한참이다. 그중 가야시대를 체험 할 수 있도록 조성된 한편에 눈에 익은 악기가 전시되어 있었고 각종 작업공구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바로 전통현악기연구원 의 최태귀 악기장의 전시 체험관 코너다.

최 악기장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생활한복을 입고 있는 그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에게서 장인의 삶을 조금 이나마 훔쳐 볼 수 있을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손에 굳은살은 그의 그동안의 삶을 대신 이야기 해주는 것 같았다.

최 악기장은 지금으로 부터 35년 전 그의 나이 18살에 그의 고모부이자 스승인 고(故) 김광주 선생(무형문화제 제 42호 악기장)이 어려서 부터 그의 조카 최 악기장이 고무부인 자신의 집을 수시로 드나들며 악기제작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것을 눈여겨보다가 어느 날 최 악기장에게 "네가 한번 이일을 이어서 해보는 것이 어떠냐?" 는 주문을 하여 최 악기장은 순간 이런 저런 이유들로 망설임도 있었지만 그때의 그 한마디 인연으로 천년의 맥이 그의 손을 통해 지금으로 이어 오게 된 것이다.

그의 손을 통해 만들어 진 가야금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KBS 황진이 를 통해 세상에 알려져 빛을 발하기도 했지만 그는 지금도 어렵다. 그가 하는 작업들이 수 작업으로 어렵고 힘들다 보니 배우려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는 지난 2001년 경기도 여주(여주군 강천면 도전 2리)에 작업장을 마련하여 대패질을 하며 천년의 기억을 더듬어 음을 고르고 있다.

그의 꿈은 국악관현악단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후진양성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후진을 양성하려 해도 예술인의 길이 워낙 고난한 길이고 배고픈 길이며 또 하고 있는 작업들이 전부 수작업이다 보니 어느 정도 배우다가도 중도에 포기해 버린다고 한다. 그의 길이 그만큼 힘들고 고단한 길임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가야금이 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오동나무가 5년이라는 세월을 눈, 비, 햇볕 속에서 자연 건조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쉬운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2년 정도만 건조하면 악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악기장은 어려운 길을 고집한다. 그것은 좋은 소리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악기의 생명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소리가 나려면 5년 이상 눈, 비를 맞혀 가면서 자연 건조해야 된다. 눈비를 맞히고 햇볕을 많이 쪼이면 나무의 진이 다 빠진다고 한다. 그것은 일종을 삭힘 과정이다. 이렇게 오랫동안 건조 과정을 거친 나무일수록 뒤틀림도 없고 소리가 제대로 난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스승인 국내 최초 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김광주 선생으로 부터 받은 첫 번째 가르침이라고 한다.

그는 항상 최고의 재료를 고집한다. 일반적으로 양악기는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에 의해 제작되지만 전통악기는 철저하게 청각에 의해 감각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전통악기 제작에는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것도 바로 이런 감각을 최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의 질감이나 색, 이나 두드렸을 때의 소리 등으로 판단하는데 이것은 수치나 데이터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닌 장인의 경험과 그 경험 안에 축적되어진 감각에 의해서 결정되어 지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수입 목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 악기장도 수입 목을 사용해 제작해 보았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나무를 따라오지 못하였다고 말한다.

가야금이나 거문고, 아쟁 등 전통 현악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주재료인 오동나무(앞판), 밤나무(뒤판), 안족(기러기 발), 진쾌 등 부가적으로 사용되는 장미목, 대추목, 벚나무, 호두나무 등도 반드시 국내에서 자란 것만 고집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의 손에서 꼬여지는 현을 만드는 명주실 작업도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저런 모습으로 일일이 손으로 꼬이는 과정을 보면서 그의 손마디 마디의 굳은살이 괜스레 엄숙해 보인다. 그의 웃음 속에 배인 장인의 마음도 도(道)를 추구하는 도인(道人)의 마음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전통현악기연구원 :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도전2히 898번지
연락처 : 031-885-0963 팩스 031-885-0960
최태귀 악기장 : 중요무형문화제 (이수자)(김광주 선생 수제자) 

최종편집일: 2008-04-23 오후 4: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