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놀라게할 한국가야금 매니아 김선규

나 아닌 다른 것이 내가 될 때면 참 묘한 느낌이 난다. 내가 분명 아닌데 날 닮은 나의 소리, 나의 냄새를 가지고 있는 것. 한평생을 살면서 나를 닮은 무엇인가를 가질 수 있다면, 나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기도 하지만 나를 알고 또 다른 나를 찾는다면 그것은 하늘의 축복일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떤 한곳에 미쳐 있는 그 순간은 아마 번뇌도 고통도 없는 행복의 무아지경일 것이다. 미친다는 것 자체가 다른 것에는 아무런 동요가 없다는 말이기에...

세계를 놀라게 할 한국 가야금 매니아 김선규

12줄 가야금 소리에 미쳐 있는 이 남자, 김선규(41) 씨에게는 가야금 이외의 다른 것에는 아무런 번뇌도 고통도 없다. 오로지 가야금에만 번뇌와 고통이 따를 뿐, 다른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야금을 하고 있는 김선규씨는 하늘의 축복을 두손으로 받으며 그 축복으로 하루하루 가야금과의 사랑을 나누고 있다.

가야금을 하다 쓰려진 적도 있고, 손에 피가 터져 가야금 현에 피가 번진 적도 있으며 가야금으로 밤을 꼬박 샌 적 또한 한두 번이 아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가녀린 몸과 유달리 예쁘게 보이는 긴 손가락으로 가야금의 현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는 모습이 가야금과 너무나 잘 맞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연주를 하는 동안 가야금과 하나가 되어 있는 김 씨를 볼 때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다정히 어루만지고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김선규 씨는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그 비결을 물었더니 여지없이 “가야금 때문입니다. 가야금 하면 장점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가장 좋은 점은 젊어진다는 겁니다. 가야금을 할 때 손가락으로 현을 만지기 때문에 지압효과가 어느 악기보다 뛰어납니다. 손에 사람의 오장육부가 다 들어 있다고 하잖아요. 그 오장육부를 매일 마사지해 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가야금을 하게 되면 어린 아이는 신체뿐만 아니라 두뇌 발달에 큰 도움을 주어 똑똑한 어린이로 자랄 수 있고, 성인들은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장수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야금할 때 자세가 허리를 꼿꼿히 세워하는 거라 아름다운 체형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아래 음을 농현하거나 누를 때는 허리를 많이 사용하므로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라며 한동안 그의 모습은 마치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을 자랑하듯 아름다워 보였다.

김선규 씨의 남다른 음악사랑은 중학교 1학년, 음악시간에 부른 ‘아침’이란 노래를 들으며 음악이 주는 특별한 여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합창단 활동도 하고 고물상 아저씨한테 300원에 주고 산 클래식 기타를 독학으로 배웠다. 가요에서부터 팝송, 가곡 등 다양한 음악을 접했고, 고등학교 때에는 클래식에 미쳐 음대 진학을 원했지만 집안의 반대로 공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게 됐다. 대신 클래식 음악 감상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클래식 광이 불현듯 가야금이라는 국악에 매료된 계기는 바로 대학 복학을 앞둔 어느 날 TV에서 방영된 작가 박재희 씨의 ‘춤추는 가얏고’를 보면서다. TV를 통해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는 그의 몸에 있는 모든 세포에 전달되어 가슴을 찌르는 듯한 자극과 가야금이라는 악기에 대한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대생이 가야금을 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항상 마음속에 '가야금'을 간직한 채 취업준비에 바빴고,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더욱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김선규 씨의 끈질긴 가야금 사랑이 너무나도 간절했기에 카이스트에서 근무하면서 서른여섯에 목원대 한국음악과에 입학하여 가야금을 전공하게 되었다. 물론 학교 입학까지 많은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주위의 반대와 36살에 가야금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국악에 아무런 이론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누구 하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부터 가야금 학원을 돌아다녔지만 학원마다 비싼 강습비는 물론이고 제대로 전공자로 키울 수준의 학원도 찾지 못했다.

그때부터 그는 ‘내가 제대로 배워 나처럼 가야금을 간절히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 ‘돈이 없어 가야금을 포기하는 재능 있는, 가야금을 사랑하는 이들의 눈물을 내가 닦아 주리라’라는 다짐을 했다. 그렇게 한국음악과에 입학한 김선규 씨는 하루에 3시간의 수면시간과 회사 근무시간 외에는 모든 시간을 가야금에 바치며 매일 10시간 이상을 가야금과 함께 했다. 마냥 가야금이 좋아 가야금을 놓고는 혼자 잘 수가 없었다고 한다. 김선규 씨가 가야금을 한지 올해로 6년, 이미 그의 가야금에 대한 지식이나 연주실력은 어느 국악전공자들에 견주어도 절대로 뒤떨어지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이상이다.

그의 음악이 지금 그 빛을 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36살에 뒤늦게 시작한 그의 가야금 공부를 그는 “즐거운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가야금이 그만큼 달콤한 음악이지만 그 음악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그 만큼 지독한 가야금 공부를 하였다는 것이다. 가야금수업이 있는 날이면 녹음기와 비디오를 들고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내용을 모두 녹음해서 가야금에 대한 것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선생님의 가야금 노하우를 습득했으며, 또한 김선규 씨 나름대로 가야금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가야금이 내고 싶은 하는 소리는 어떤것을까? 내가 지금 가야금과 하나가 되어 연주하고 있을까?’ 등 가야금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의 결과이다.

그는 현재 가야금 연주 때 손 모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어린학생들 손이 작아 손의 모양이 뒤틀릴 때가 많은데 가야금 현침이 높아서 그러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침의 높이와 손 동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12현가야금은 현재 그 크기가 동일해 어린이용가 성인용 구분이 없이 사용되고 있으나 현침의 높이나 가야금의 길이 등 여러 가지 어린이들이 가야금을 하는데 장애가 있다. 이러한 해결점을 찾기 위해 그는 어린학생들?직접 가르치고 있으며 그가 연구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야금과 함께하는 이들을 찾아...

현재 김선규 씨는 ‘신들린 가야금’이라는 가야금 동호회를 이끌고 있다. 가야금을 배울 수 있는 사설 학원은 많지만, 친목과 실력을 겸비한 가야금 동호회를 찾아 헤매던 그때의 간절함을 생각하면서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한 그는 컴퓨터 전공자답게 지난 2001년 인터넷에 ‘신들린 가야금 동호회’를 개설,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탄탄한 기획과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출발한 동호회답게 김선규 씨를 주축으로 그의 든든한 동료가 되어주는 하유수 부회장(41,원주), 박현숙 기획부장(49,부산), 김혜숙 교육부장(38,대전), 송아리 조직부장(23, 대전), 그리고 대금(김길수), 판소리(송민정) 수석과 가야금 전임(곽나영)으로 구성되어 자발적이며 능동적인 추진력으로 동호회를 꾸려나가고 있다. 수석은 각 분야 실력자로 회장과 함께 회원들 지도에 앞장서는 역할을 한다.

신들린 가야금은 1년에 4번씩 정기모임 및 회원들 연주발표회를 가지며 동계와 하계에는 합숙을 통해 회원들 간 친목과 기향향상의 기회를 갖는다. 회원들은 10세 어린이에서 49세에 이르는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되어 가야금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나이, 지역 등 아무런 조건이 없이 가입이 가능하다. 또한 가족단위로 가입하여 가족적인 분위기로 가족이 모든 국악을 즐길 수 있도록 조직되어 있다.

한편 동호회관은 현재 대전과 서울에 각각 마련되어 있으면 부산과 원주와 춘천 등 전국적으로 회원들이 분포되어 있어 전국적인 동호회임을 자랑하고 있다. 정회원은 현재 20여 명으로 6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승급시험을 보게 되는데, 게으름을 피우거나 승급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여지없이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한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도 가야금에 대해서만은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를 주장하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번씩 받게 되는 가야금 수업은 회원들에게 아주 고통의 시간이라고 한다.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회원들은 회장이 직접 주말에 방문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수업시간에 회원들이 가야금에 집중하지 않거나 연습을 해 오지 않게 되면 호되게 혼이 나기도 하고, 물론 잘하고 열심히 하는 회원에게는 그만의 특별한 “선물”을 받게 되는데... 그것은 김선규 회장이 회원을 직접 업어 준다고 한다. 그처럼 그는 가야금과 가야금을 사랑하는 회원들에게 유난히도 애정을 깊이 쏟고 있다.

이런 김선규 회장의 엄격한 규율 덕택에 ‘신들린 가야금’ 동호회는 가야금계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동호회이지만 회장을 비롯한 회원들의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회원들 간의 단결력이 그들의 파워를 더 하고 있다. ‘신들린 가야금’의 목표는 한국의 아름다운 가야금 소리를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에 알리는 것, 현재 회장과 함께 회원들이 열심히 가야금 연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한국문화가 세계에 더욱 맹위를 떨칠 수 있는 문화외교사절단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김선규 회장와 ‘신들린 가야금’을 통해 앞으로도 제2, 제3의 김선규가 나타나 한국의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줄 진정한 한국인이기를 희망해 본다.
문의 : 010-5429-7655
http://www.gayatgo.com
http://cafe.daum.net/gayatgo12

마이뉴스코리아/문명희기자 mnhee@hanmail.net

최종편집일: 2006-03-09 오후 12:4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