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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면적 2배 이상 늘려야 꿀벌 집단 폐사 막아
     등록일 : 2023-05-18 (목) 20:41


그린피스와 안동대학교, 꿀벌집단폐사 원인과 해결책 담은 보고서 발간 
벌 강건성 위해 밀원면적 최소 30만ha 필요… 국내 최초로 밀원면적 목표 제안 
세계적 벌 생태학 권위자 데이브 굴슨, “화분매개자에게 분명히 기여할 것”

꿀벌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서는 최소 밀원면적 30만ha(헥타르)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재 국내 분포 밀원 면적 15만ha의 두 배 규모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5월 20일 세계 벌의 날을 맞아 안동대학교 산업협력단과 함께 보고서 『벌의 위기와 보호 정책 제안』을 발간하여 국내 꿀벌 폐사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벌은 아까시나무, 밤나무, 유채 등 다양한 밀원식물의 꽃 꿀과 꽃가루를 섭취해 면역력을 강화한다. 그러나 국내 주요 밀원수인 아까시나무의 노령화 등으로 인해 한국의 밀원면적은 지난 50여 년간 약 32.5만ha가 사라졌다. 밀원식물의 급감은 꿀벌의 영양 부족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로 이어져, 꿀벌은 기생충인 응애, 농약 및 살충제, 말벌 등 피해에 더욱 취약해진다. 그 결과 최근 141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지는 등 꿀벌군집붕괴현상(CCD)이 촉발된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는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밀원면적이 최소한 30만ha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으며, ▲국유림·공유림 내 다양한 밀원 조성 ▲사유림 내 생태계 서비스 제공 조림의 직접 지불 확대▲생활권 화분매개 서식지 확대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국내 밀원면적을 30만ha로 늘려야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 보고서가 처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벌통 하나에 살고 있는 꿀벌의 천연 꿀 요구량은 최소 30kg이며, 1ha의 밀원수에서 약 300kg의 꿀이 생산될 수 있다. 국내 250만군 이상의 양봉꿀벌과 재래꿀벌, 야생벌 등을 감안하면 최소 30만ha의 밀원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벌의 꽃가루 섭취량 증가에 따라 수명은 최대 2배까지 차이가 난다. 하지만 벌의 먹이가 되는 꽃과 나무인 밀원식물의 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벌 생태학 권위자인 데이브 굴슨(Dave Goulson) 영국 서식스대 생물학 교수도 이번 밀원면적 목표량에 대해 “타당한 것으로 보이나, 정확한 개체수가 확인되지 않은 한국 야생벌까지 고려한다면 그보다도 더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 목표가 실제로 달성된다면 벌을 비롯한 많은 화분매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밀원식물 중에서도 최대한 많은 토종 식물을 심어야 생물다양성이 강화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산림청이 임상도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대한민국의 밀원면적은 약 15만ha에 그친다. 산림청은 매년 약 3,800ha씩 밀원면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속도대로라면 필요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40년, 과거 밀원면적을 확보하는 데 약 100년이 걸린다. 

그린피스는 밀원면적 확대를 위해 국유림·공유림 내 국토 이용 계획과 조림, 산림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특화형 밀원수를 심고 보급한다면 현 상황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또한 밀원식물의 종류를 다채롭게 구성해, 다양한 벌이 연중 내내 꿀을 구할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 

국내 산림면적의 66%를 차지하는 사유림에서의 밀원면적 증대를 위해, 기존의 ‘임업·산림 공익기능 증진을 위한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에 밀원식물의 조림과 보호육성에 관한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보상책으로 민간이 자발적으로 밀원면적 확대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밀원면적 확대를 위해서는 도시공원 녹지 정책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도심지 공원이나 생활권 부지에 밀원식물이 포함된 화단을 반드시 확보하는 등 생태계 기능을 강화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네덜란드에서는 버스 정류장 지붕에 벌을 위한 정원을 조성하여 벌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앞서 제안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펼칠 ‘꿀벌 살리기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현재 꿀벌은 ‘기타 가축’으로 분류되어 농림축산식품부가 관리하고 있다. 농업 생태계 뿐만 아니라 생태 보호구역, 도심 등 다양한 장소에 밀원수를 공급하는 등 다방면의 활동을 펼치기 위해서는 산림청,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의 연합이 필수적이다.

이번 보고서를 집필한 정철의 안동대학교 식물의학과 교수는 “밀원식물은 벌 뿐 아니라 천적 곤충들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한다. 단순히 벌을 위한 활동이라기 보다는 식량안보는 물론 지속가능한 생태계 유지의 필수적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태영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는 “벌을 가축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화분매개체 친화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며, “꿀벌의 집단 폐사는 기후위기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로, 기후위기 대응에도 더욱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밀원면적을 확장하는 등 벌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도록 정부 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이뉴스코리아/김필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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