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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탄소국경세 장벽을 어떻게 넘어야 하나?
     등록일 : 2021-06-10 (목) 20:04


세계경제전문가 100人에게 물었다
10명 중 8명이 꼽은 대응책은 ‘재생에너지 확대’ 

유럽연합이 조만간 탄소국경세 세부안을 공개하는 것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무역정책과 연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해외 기업들에 비해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많아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한국갤럽과 함께 2021년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5개국에서 총 100명(국가별 20명)의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정책에 대한 국내외 경제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이 탄소국경세의 충격을 줄이려면 조속히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은 해외 주요국 기업들에 비해 상당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얼마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한 결과, ‘어느 정도 이상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프랑스에서는 90%,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80%, 독일에서는 75%에 달한 반면, 한국에서는 그 절반 수준인 40%에 그쳤다. 특히, 삼성, 현대, LG, 포스코 등을 예로 제시하며 한국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잘 대응하고 있는 지’ 묻는 질문에서는 ‘잘 대응하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 평균 34%, 국가별로는 한국에서 40%, 미국, 영국에서 각각 30%, 프랑스, 독일에서 각각 35%를 기록했다. 두 배 가까운 66%는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이 프랑스에서 30%, 미국, 영국, 독일에서 각 25%를 기록해 국내 전문가들의 답변 10%에 비해 두세 배 높았다.

이는 국내 대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 등에서 국내 탄소세 도입과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조정에 반대하는 등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최근 한국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기간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짧아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재계의 이 같은 시각은 매우 단시안적인 인식이다. 이번 조사에서 상당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주요 선진국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무역정책 연계를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EU가 기후위기 대응과 무역정책을 얼마나 연계시킬 것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29%가 ‘적극적으로’ , 44%는 ‘어느 정도’ 연계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7명 이상이 무역과 기후위기가 연계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80%가 연계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반면, 국내에서는 그 비율이 65%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점도 흥미롭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의 탄소국경세 도입 절차가 진행중인 미국 및 유럽과 아직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한국에서 전문가들의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탄소국경세 도입에 따른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80%가 저탄소 재생에너지 확대를 꼽았다. 이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의 비용 상승에 따른 경쟁력 하락(76%),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60%),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국내 탄소세 도입(59%) 순이었다.
이와 관련해 ‘탄소국경세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87%로 가장 많았고, 그린수소 등 탄소 저감 신기술 개발이 71%, 탄소세 도입이 68%, 내연기관차 퇴출 및 전기차 육성이 61% 순이었으며, CCS와 같은 탄소포집장치 등 탄소흡수기술개발은 52%였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현재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목표가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질문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현재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이 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로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100% 재생에너지 캠페인인 RE 100 캠페인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는 응답이 37.8%로 가장 많았다. 
이번 조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기후위기를 세계가 처한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이어 빈곤, 식수, 질병/감염병, 기아, 인구문제 순으로 답했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정상훈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상당수의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이미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한 경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경제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를 통해 탈탄소 경제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권 주자들이 한국경제의 미래와 생존을 걱정한다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 ‘전 세계 탈탄소 경제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뚜렷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한국갤럽은 국내 경제연구기관의 전문가 데이터 베이스와 다보스 포럼 등 유명 국제경제포럼 참석자 등을 중심으로 경제일반과 무역, 금융 전문가, 주요 언론사 기자 등을 선정해 전화 설문을 진행했다.

마이뉴스코리아/김필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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